야구
[IS 피플] "당황스러웠다"던 이명기, 7월 16일부터 달라졌다
이명기(33·NC)는 7월 초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당황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타격이 되지 않았다. 좋았던 6월 페이스가 꺾였다. 이명기는 6월에 월간 타율 0.392(74타수 29안타)를 기록했다. 두산 박건우(0.444)에 이은 KBO 리그 2위. 선두 NC 공격을 이끈 '돌격대장'이었다. 그러나 7월들어 바닥을 쳤다. 7월 첫 12경기 타율이 0.065(31타수 2안타)에 그쳤다. 그는 "어는 순간부터 잘 맞은 타구가 잡히더라. 타격 밸런스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야구를 시작하고) 이런 적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문제점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다 해봤다. 처음엔 타격 폼의 문제인 줄 알았다. 공교롭게도 타격 폼에 대한 생각이 커지니 경기 내용이 더 꼬였다. 이명기는 "다섯 타석을 소화하면 잘 맞은 거 2개 잡히고, 빗맞은 거 2개 잡히고 그랬다. 내야 안타라도 나올 수 있는데…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시쳇말로 뭘 해도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터닝 포인트는 사소한 변화에서 시작됐다. 7월 16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이동욱 감독과 이호준 타격코치가 "타이밍이 늦다. 공이 날아오는데 (타석에서) 준비가 되지 않는다"는 얘길했다. 이명기는 그날 경기에서 타격 타이밍을 극단적으로 일찍 잡았다. 모 아니면 도였다. 그런데 결과가 기대 이상이었다. 5타수 3안타(3루타 1개) 3타점 2득점. 그는 "(타율이 떨어졌을 때) 타격 폼만 파고들었는데 경기할 때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코칭스태프 지적대로) 타격 타이밍이 늦었다는 걸 수긍하게 됐다"고 했다. 180도 달라졌다. 키움전부터 8월 2일 창원 두산전까지 11경기 타율이 0.340(47타수 16안타)이다. 대타로 출전한 7월 21일 창원 삼성전을 제외하면 10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냈다. 6월에 보여줬던 '돌격대장'의 모습을 되찾았다. 주로 2번 타순에 배치돼 1번 박민우와 클린업 트리오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이명기는 "우리 팀 중심 타선이 좋다 보니까 출루를 신경 쓰고 있다"며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가 더 높아졌으면 하고 득점권 타율도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을 함께 올려야 한다"고 했다. 선수 생활의 우여곡절이 많다. 이명기는 2017년 4월 고향팀 SK를 떠나 KIA로 이적했다. 2017년 KIA를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지만 인연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외야수 이우성과 맞트레이드 돼 NC 유니폼을 입었다. 짧은 기간 팀을 계속 옮겼다. 광주에선 가족과 함께 지냈지만, 창원에선 아니다. 환경 제약이 많아 아내와 아들은 인천으로 돌아가 생활하고 있다. 팀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만큼 가족을 향한 생각도 깊다. 그는 "아내(윤미경 씨)가 정말 고생하고 있다. 혼자 육아를 책임지고 있다. 좋은 성적을 거둬 시즌이 끝나고 좋은 남편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전=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8.05 08:00